읽고 싶은 시

살 흐르다 / 신달자

윤소천 2014. 7. 14. 06:43

 

 

살 흐르다

 

 

 


 

거실에서는 소리의 입자들이 내리고 있다

살 흐르는 소리가 살 살 내리고 있다

30년 된 나무 의자도 모서리가 닳았다

300년 된 옛 책장은 온몸이 으깨어져 있다

그 살들 한마디 말없이 사라져 갔다

살 살 솰 솰 그 소리에 손 흔들어 주지 못했다

소리의 고요로 고요의 소리로 흘러갔을 것이다

조금씩 실어 나르는 손이 있다

멀리 갔는가

사라지는 것들의 세계가 어느 흰빛 마을을 이루고 있을 것


거기 가늘가늘 소리 들린다


다 닳는다


다 흐른다


이 밤 고요히 자신의 살을 함께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