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한 송이 수련으로 / 이해인

윤소천 2016. 12. 18. 20:03



한 송이 수련으로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 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당당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빛의 염원


단 하나의 영롱한 기도를

어둠의 심연에서 건저내게 하소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못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