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필

오십 프랑과의 대화 / 최은정

윤소천 2016. 3. 27. 20:55

 

 

 

 

  입센, 뭉크, 그리그의 초상화가 돈에 그려져 있어서

노르웨이가 그렇게 멋있는 나라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프랑스 돈에는

퀴리 부인은 물론이지만 세잔느, 에펠, 생텍쥐베리가 그려져 있다.

그 중에 생텍쥐베리가 있는 50프랑짜리는 나를 황홀하게까지 했는데,

거기에는 보아뱀, , 어린왕자, , 그가 몰던 비행기 그리고

실종된 장소까지 그려져 있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감각이 무디어간

나는 어린왕자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미소가 감도는

마음으로, 어린왕자 앞에 서서 지적인 그가 내게 하는 무언의

말에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한없이 아름다워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진하게 나타나는 그의 말에서 나는 삶의 지혜를 듣고 있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친구가 되어 줄 것을 호소하는

 장면은 이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대목을 이룬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병아리를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 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허지만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그리고 저길 봐. 저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지.

그건 슬픈 일이지. 그런데 넌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거거든.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은 생활을 환희 밝혀준다. 그리고 심심함을 사라지게

하고 의미가 없던 밀밭까지도 사랑하게 해 준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게 삶을 즐겁게 하고, 어느 한 시간도 다른 시간과 구별하는

의식을 깨우쳐 준다. 오직 사랑만이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부여할 수 있다고 위대한 사랑의 힘을 찬양한다. “내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나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이렇게 생텍주베리의 <어린왕자>

생을 풍요롭게 하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라. 그리고 마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만이 발견할 수 있는 비밀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돈 50프랑에서 나는 잃어버린 내 시간과 신선한

활력소를 느꼈다. 어린왕자는 여러 가지 상징을 통해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이끈다. 나는 그에 의해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세월 속에 나를 잊고 머물러 있다.

 

    ( 스트라스부르크에서, 200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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