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미 소 / 정호승

윤소천 2015. 12. 15. 05:07

 

 

 

미      소

 

 

 

 

 

부디

반가사유상처럼 미소 지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 위를 걸을 때나

바다에 넘어져 다시 일어나 흐느낄 때나

거친 삼각파도 위에 반가사유상처럼 고요히 앉은 자세로

평생에 단 한번

세상의 너와 나를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턱을 손에 괴고 눈을 아래로

낮은 데로 더 낮은 데로

저 땅 아래에서 물 아래에까지 내려가

인간의 낙엽으로 다시 썩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너를 향한 내 인간의 자세가

너를 향한 내 인생의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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