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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5. `~시키다` 제대로 쓰기

윤소천 2014. 4. 22. 04:08

'시키다'라는 말은 '청소를 시키다', '안주를 시키다, 일을 시키다'에서처럼 본동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안심시키다, 실망시키다'에서처럼 뒷가지(접미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시키다'가 뒷가지로 쓰일 때는 시킴(사동)의 의미가 들어 있다. '안심하다'는 '아무개가 안심하다'로 쓰이지만 '안심시키다'는 '아무개가 다른 누구를 안심시키다'로 쓰여서 '다른 누구를 안심하게 하다'로 해석된다. 그런데 요즘 이 '-시키다'를 시킴(하게 하다, 하도록 하다)의 의미가 없이 쓰는 일이 매우 흔하다. 

'남편은 아이들을 설득시켰다'와 같은 문장이 그런 경우다. '남편은 아이들을 설득시켰다'와 같은 문장은 '남편은 아이들을 설득하게 했다'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남편이 직접 아이들을 설득했으면서 '남편은 아이들을 설득하게 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편은 아이들을 설득했다'라고 해야 맞다.

이렇게 '00하다'라고 말해야 할 것을 '00시키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 '구속시키다, 석방시키다, 주입시키다, 정당화시키다, 촉진시키다, 유발시키다' 따위가 다 '-시키다'를 잘못 사용한 경우다. 흔히 주고받는 말에서 '거짓말 하지 마라'를 '거짓말시키지 마라'라는 식으로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물론 '취직시키다, 구경시키다, 망신시키다, 탄생시키다, 감흥시키다, 실망시키다' 따위는 뒷가지 '-시키다'를 제대로 쓴 경우다. 

출처 : 무등수필문학회
글쓴이 : 김선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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