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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7. `지`와 `ㄹ지` 구별

윤소천 2014. 4. 22. 04:10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갈지 말지 모르겠다'나 '언제 올지 모르겠다' 따위를 '갈 지 말 지 모르겠다', '언제 올 지 모르겠다'와 같이 적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잘못은 '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온 지 3년이 지났다' 같은 예문에서는 '지'가 의존(불완전) 명사이고, 의존명사는 그 앞의 말과 띄어 써야 하기 때문에 '돌아온지'가 아니라 '돌아온 지'로 쓰는 것이 맞다. 마치 '고향에 있는 동안 농사를 지었다'에서 '동안'이 의존명사여서 '있는동안'이 아니라 '있는 동안'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곧 '고향에 돌아온 지 3년'이라고 할 때의 '지'는 '어떤 일이 있은 얼마만큼의 시간'이란 뜻의 의존명사다.

그런데 '갈 지 말 지 모르겠다'처럼 적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갈지 말지 모르겠다'로 적어야 옳다. '갈지 말지'의 '갈지'는 줄기(어간) '가-'에 씨끝(어미) '-ㄹ지'가 결합되었으므로 줄기와 씨끝은 붙여 적는다는 띄어쓰기의 큰 원칙에 따라 '갈지 말지'라 적어야 한다. 이 때 '갈지 말지'의 '지'는 의존명사가 아니라 'ㄹ지' 한덩이로 씨끝이다. 마치 '오는지'의 '-는지'가 씨끝인 것과 같다. '언제 올지 모르겠다'도 줄기 '오-'에 씨끝 'ㄹ지'가 결합되었으므로 역시 '올 지'가 아니라 '올지'라 적어야 한다.

출처 : 무등수필문학회
글쓴이 : 김선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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