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밤에는
웬지 죄송스러워집니다
그지없이 그지없이
죄송할 뿐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잘못 살아왔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심장으로
다만 아뢰옵고 고백하게 됩니다.
가장 초라한 모양으로서도
순진하고 진실할 수 있는 밤에는
마음밖의 모든 것을 거짓인 줄 압니다.
마음에 비춘다면
행동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밤은 마음이지 행동이 아닌 것을
내 마음도 대낮 아닌 한밤이라고
눈물로만 감히 아뢰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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