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밤 / 유안진

윤소천 2015. 6. 11. 02:48

 

 

 

 

 

 

 

 

 

밤에는

웬지 죄송스러워집니다

그지없이 그지없이

죄송할 뿐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잘못 살아왔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심장으로

다만 아뢰옵고 고백하게 됩니다.

 

가장 초라한 모양으로서도

순진하고 진실할 수 있는 밤에는

마음밖의 모든 것을 거짓인 줄 압니다.

 

마음에 비춘다면

행동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밤은 마음이지 행동이 아닌 것을

내 마음도 대낮 아닌 한밤이라고

눈물로만 감히 아뢰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