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그 네 / 정호승

윤소천 2023. 12. 18. 08:17

 

 

 

 

                              

너도 그네를 타보면 알거야

사랑을 위해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네가 수평을 유지해본 적이 없어

한없이 슬펐다는 것을

 

오늘은 빈 그네를 힘껏 밀어보아라

그네가 중심을 잡고

고요히 수평의 자세를 갖추지 않느냐

너도 너의 가난한 사랑을 위해

수평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진실해라

 

너는 한 때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으면 그네가 아니라고

더 높이 떠올라 산을 넘어가야 한다고

마치 손이라도 놓을 듯 그네를 탔으나

결국 그네는 내려와 수평의 자세를 잡지 않더냐

 

사랑한다는 것은 늘 그네를 타는 일이므로

부디 그네에서 뛰어내리지는 마라

수평인 그대로 고요해라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 박노해  (0) 2023.12.24
성탄 편지 / 이해인  (1) 2023.12.23
버들잎 강의 / 신달자  (0) 2023.12.10
창문 / 정호승  (0) 2023.12.10
그리운 강 / 도종환  (0)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