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은 구 층에 있었다
지하 삼 층 차고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한순간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일이
나에겐 예삿일이다
높은 곳을 죽 올라가는 그 재미로
계단을 잊은지 오래다
아 지겨워 하나하나 밞아 언제 오르나
단숨에 잡아 보려 했던 북두칠성 아직 멀어서
나는 오로지 오르는 일에 길들고 비행을 섬긴다
그렇게 쑤욱 솟구쳐 올라가서
강의실에선 낮아지는 걸 가르친다
문학이란 적어도 낮아져 바짝 엎드려
바닥의 그늘을 줍는 것이라고
그늘의 속잎을 끌어내고 나무의 속말을 듣는 것이라고
저 버들잎을 보아라
모든 나무는 하늘 무섭지 않게 뻗어 오르는데
저 버들잎만 겸허히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자신의 공간을 비워주고 있지 않느냐
비워주는 일은 마음을 보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다
몸을 낮춰야 마음이 보여 그래야 푸른 피가 도는 거지
시 시 시는 더 푸르러야 해 소리치며 강의를 하고
나는 더 높은 곳이 없나 허우적거리며
강의를 끝낸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탄 편지 / 이해인 (1) | 2023.12.23 |
---|---|
그 네 / 정호승 (0) | 2023.12.18 |
창문 / 정호승 (0) | 2023.12.10 |
그리운 강 / 도종환 (0) | 2023.12.10 |
축 복 / 도종환 (0) | 202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