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버들잎 강의 / 신달자

윤소천 2023. 12. 10. 08:32

 

 

 

 

강의실은 구 층에 있었다

지하 삼 층 차고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한순간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일이

나에겐 예삿일이다

높은 곳을 죽 올라가는 그 재미로

계단을 잊은지 오래다

 

 

아 지겨워 하나하나 밞아 언제 오르나

단숨에 잡아 보려 했던 북두칠성 아직 멀어서

나는 오로지 오르는 일에 길들고 비행을 섬긴다

그렇게 쑤욱 솟구쳐 올라가서

강의실에선 낮아지는 걸 가르친다

문학이란 적어도 낮아져 바짝 엎드려

바닥의 그늘을 줍는 것이라고

그늘의 속잎을 끌어내고 나무의 속말을 듣는 것이라고

저 버들잎을 보아라

모든 나무는 하늘 무섭지 않게 뻗어 오르는데

저 버들잎만 겸허히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자신의 공간을 비워주고 있지 않느냐

비워주는 일은 마음을 보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다

몸을 낮춰야 마음이 보여 그래야 푸른 피가 도는 거지

시 시 시는 더 푸르러야 해 소리치며 강의를 하고

나는 더 높은 곳이 없나 허우적거리며

강의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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