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윤소천 2015. 4. 2. 04:19

  

 

쓸쓸한 편지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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