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의 뿌리
영하 30도
세상의 모든 걸음이 멈춰 섰다
바람도 별도 달도 앞산 넘어오는
해도 다 얼어붙은 새벽 3시
어둠까지 얼어 아침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벌떼 같은 눈발이 어둠을 휘감아 도는데
눈발 하나 잡으면 겨울로 더 겨울로 겹쳐 눕는데
목을 차오르던 뜨끔뜨끔한 불덩어리도
사정없이 납작 얼어붙는 시간
하루 종일 엉킨 실 푸느라 허리 굽은 사람들은
이렇게 탁 멈춘 고립의 새벽에
얼음에 빌붙어
몸을 맡기는 허용에 길들어 있다
숨 쉬는 일 없이 딱 멈춰 백 년 갈 듯한
혹한의 침묵에서
적막의 밑뿌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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