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적막의 뿌리 / 신달자

윤소천 2014. 12. 29. 04:54

 

 

 

 

적막의 뿌리

 

 

 

 

 

 

영하 30도

세상의 모든 걸음이 멈춰 섰다

바람도 별도 달도 앞산 넘어오는

해도 다 얼어붙은 새벽 3시

어둠까지 얼어 아침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벌떼 같은 눈발이 어둠을 휘감아 도는데

눈발 하나 잡으면 겨울로 더 겨울로 겹쳐 눕는데

목을 차오르던 뜨끔뜨끔한 불덩어리도

사정없이 납작 얼어붙는 시간

하루 종일 엉킨 실 푸느라 허리 굽은 사람들은

이렇게 탁 멈춘 고립의 새벽에

얼음에 빌붙어

몸을 맡기는 허용에 길들어 있다

숨 쉬는 일 없이 딱 멈춰 백 년 갈 듯한

혹한의 침묵에서

적막의 밑뿌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