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 여린
문(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低俗)에 항거(抗拒)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행(雁行) -
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행(雁行)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
국화(菊花)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白露)는 상강(霜降)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헤매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楊貴妃)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開闢)은 또 한 번 뒷문(門)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 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 여린
문(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自轉).1 / 강은교 (0) | 2014.11.16 |
---|---|
다시 밝은 날에 / 서정주 (0) | 2014.11.12 |
고 요 / 서정주 (0) | 2014.11.10 |
신령한 소유(所有) / 구 상 (0) | 2014.11.05 |
성모상 앞에서 / 구 상 (0) | 2014.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