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이천년 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개인과 바리새인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제자들의 배반과 도피 속에서
백성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워마라 / 박노해 (0) | 2023.05.08 |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0) | 2023.04.29 |
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 / 구 상 (0) | 2023.04.12 |
4 월 / 오세영 (0) | 2023.04.07 |
인생을 말하라면 / 김현승 (0) | 2023.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