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뭇 결
운문사 만우당
스님들 조강하게 드나드시는 쪽마루
가끔씩 들를 때마다
더욱 고와지고 또렷해지는
마룻바닥의 나뭇결
스님들 발길이 스치고
스님들 걸레질에 닦여서
서슬 푸른 향기라도 머금을 듯
뼈무늬라도 일어설 듯
가장 정갈한 아침 햇살이 말려주고
가장 조용한 저녁 별빛이 쓰다듬어 주어
더욱 선명해지고 고와진
마룻바닥의 나뭇결
사람도 저처럼
나이 들면서 안으로 밝아지고 고와져
선명한 마음의 무늬를 지닐 수는 없는 일일까
향내라도 은은하게 품을 수는 없는 일일까.
( 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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