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사랑합니다 / 김남조

윤소천 2017. 5. 22. 22:28


사랑합니다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冠)입니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이 가파로운 천인(天人)의 준령을

그 이름 섬기려 왔겠습니까


샘물이 잠잠히 고이듯

외따른 숲그늘네 소리없이 지운

허구헌 날의 눈물


당신으로 인해

슬픔도 이처럼 현란하고

당신으로 인해

쓸쓸함도 느껴워 간절하거니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있게 하십시오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최초의 창문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잊으려던 마음은

오히려 더 못잊는 마음인 줄을

그리운 당신은 아셨는지요

눈보라 산허리를 치고

빙실(氷室)의 인어(人魚)들 더욱 해심(海心)으로

돌아눕던 밤


불시에 백만의 별들이 솟고

별빛 아래 돌아와

내 눈빛을 살피시면 당신은

한 줄기 금이 간

아픈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달밤엔 달밫에 부서지고

바다의 물결도 깨어져 비치건만

그러나 여전히

내 사랑의 사람


곱디 고운

길 하나의 베퍼 주십시오

푸르른 초원(草原)을 함께 가고

함께 넘으리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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