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3월은 말이 없고 / 황금찬

윤소천 2017. 3. 5. 11:07


3월은 말이 없고






얼음이 풀린 논둑길에

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 올랐다

이런 봄

어머님은 소녀였던 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

봄 이야기를 하셨다


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

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 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

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

산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


흰 연기를 뿜어 올리며 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 온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

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


이 3월이

두고 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

천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

이제 곧 고향 3월은

뜸북새가 울겠구나


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

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

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

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