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폭설, 그 이튿날 / 안도현

윤소천 2025. 2. 11. 04:21

 

눈이 와서,

대숲은 모처럼 누었다

대숲은 아주 천천히

눈이 깔라놓은 구들장 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아침해가 떠올라도 자는 척,

게으런 척,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밤새 발이 곱은 참새들

발가락에 얼음이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

참새들이 재재거리며 대숲을 빠져나간 뒤에

대숲은 눈을 툭툭 털고

일순간, 벌떡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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