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경 (遠 景)
숲의 원경은 신비하다
안개창호지와 바람망사를 두른 저곳은
다친 마음들이 쉬러 가는
지상의 끝방이려니
저곳에 나도 잠입할거나
햇빛 수런대고
나무마다 푸르게 약동하는
숲의 육신은
너네의 것, 당신들의 땅입니다라고
후련히 양보해버리고
그림자 언저리
안 보이게 물러나 앉는 저곳
고요와 평온 속으로
나는 흡수되어야 해
내 병을 고쳐야 해
부상 입은 세월도
모처럼 허리 펴고 누워 있는
만병치유의 고즈넉한 뒷방에
필히 들고 지노니
아아 진실로 진실로
나는 지치고 남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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