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원경(遠景) / 김남조

윤소천 2016. 2. 19. 10:31


원 경 (遠 景)




숲의 원경은 신비하다

안개창호지와 바람망사를 두른 저곳은

다친 마음들이 쉬러 가는

지상의 끝방이려니

저곳에 나도 잠입할거나


햇빛 수런대고

나무마다 푸르게 약동하는

숲의 육신은

너네의 것, 당신들의 땅입니다라고

후련히 양보해버리고

그림자 언저리

안 보이게 물러나 앉는 저곳

고요와 평온 속으로

나는 흡수되어야 해

내 병을 고쳐야 해


부상 입은 세월도

모처럼 허리 펴고 누워 있는

만병치유의 고즈넉한 뒷방에

필히 들고 지노니

아아 진실로 진실로

나는 지치고 남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