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림

[스크랩] 유명 화가의 미술 작품들 (9) : 드가 Edgar Degas (1834~1917)

윤소천 2015. 4. 2. 07:53

유명 화가의 미술 작품들 (9) : 드가 Edgar Degas (1834~1917)

 

철저하게 집착하는 데상의 명수(名手)

 

 

 

예술가의 초상

 

19세기의 전형적인 초상화 양식에는 몸체와 두부(頭部)를 비스듬히 돌려 정면을 향하는 다소곳한 모습들이 자주 보이며, 드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이 초상화 역시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20세 무렵에 그린 19세기 서구의 전형적인 옷차림 새로 책상 위에 한 쪽 팔을 얹은 채 다른 한 손에는 밑그림 제작용 석묵(흑연)을 가볍게 쥔 모습이다. 이 작품을 제작하던 무렵 약관의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르네상스 회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미 고전주의 작가들의 작품에 심취하여 그들의 작품을 차례로 모사한 바 있는 까닭에서인지 그리스-로마의 양식을 답습함으로써 극히 정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주는 고전주의 회화의 경향이 이 작품에서 뚜렷이 엿보인다.

 

 

 

 

벨렐리 가족

 

이 작품의 특징은 섬세한 묘사의 고전적 화풍을 따르고는 있지만, 여태까지의 전통적인 구도법에서 벗어난 특이한 점을 보인다. 화면의 오른편에 보이는 드가의 고모부인 벨렐리 씨는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린 뒷모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얼굴은 측면만을 보이며, 드가의 고모와 두 사촌 누이 동생들은 시선의 방향을 제각기 달리 하고 있다. 이것은 드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서 당시의 보수적인 화풍으로서는 상상치도 못할 파격적이며 대담한 구성을 보이는 것이다. 경직된 정면향의 자세보다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함은 현실의 실제감을 더욱더 강조하며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원래 드가의 회화적 특질은 강한 명암 대비, 활달한 윤곽 선묘, 특이한 시각에서 포착한 대담한 구도, 현실감 넘치는 소재의 선택 등인데, 이 작품에서 그는그 중 의도적인 대담한 구성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奏樂席의 악사들

 

전통적인 화법으로는 중점이 되는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부수적인 요소를 끌어들인데 반해, 드가는 어떤 상황의 극적인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를 실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드가의 그러한 면이 비로소 인상주의 회화와 동질성을 갖는다. 이 작품은 주악석의 악사들에 초점을 두어 한참 연주의 절정에 달한 악사들의 진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구도는 예의 '우끼요 에'의 영향 탓인지 전경은 의자의 등걸이 면과 간막이 선을 대각시켜 중앙부에 편중된 인물과 악기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춤추는 무희들을, 그 부분만을 그린 까닭은 그곳이 극장의 내부라는 것을 암시하고자 함이며 또한 무희들에게 각광(脚光; foot-light)을 비춤은 환상적인 화려한 분위기를 조성키 위함이다. 이 작품의 내용적인 면에서 분석해 보면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제의 있어서는 드가의 관찰과 상상이 융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여인의 초상

 

이 여인상은 드가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중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지적인 느낌마저 주는 이 여인의 인상은 자신 속에 깊이 빠져든 채 무엇인가에 골몰하고 있는 느낌을 주며, 용모에 흐르는 차분한 기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극한다. 그러한 느낌의 요인은 어딘가를 향해 차분한 듯 하면서도 날카로움을 보이는 눈매, 오똑 솟은 콧날, 굳게 다문 입술, 모든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듯 곧게 세워진 귀, 학처럼 긴 몸 등 여인의 용모를 이루는 요소들이 짜임새 있게 조형화된 데서 비롯한다고 볼 것이다. 그것들과 더불어 가다듬어 틀어 올린 단정한 머리의 차림새가 여인의 청순미를 일층 고조시키고 있다. 르노와르처럼 여인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적이 없는 드가는 유독 이작품에서만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애호가

 

도미에는 여러 점의 <판화 애호가>를 그린바 있는데, 드가가 이와 같은 소재를 택하게 된 것은 그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작품 속의 벽면, 책상 위, 그리고 화판 속에는 여러 장의 작품들이 보이며, 모자를 쓴채 의자에 걸터앉아 자신의 수집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짙은 수염의 남자가 그려져 있다. 정면을 향해 쳐다보고 있는 강인한 인상의 남자를 그린 드가는 굵고 활달한 필치로 채색하고 있다. 훗날, 드가는 화면에 자신의 의도에 따라 커다란 공간을 구성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면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재래적인 공간 구성 법을 택하고 있다. 인물 상체의 배경을 밝게 채색한 것과 와이셔츠의 옷깃이 검은 옷에 비해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것은 강한 명도 대비 때문이며, 이로 인해 인물의 강인 한 인상이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

 

 

 

국화의 여인

 

탁자의 곁에 팔을 기대 앉은 여인과 꽃들은 구도상 서로 양분되어 대칭을 이루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꽃송이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데 비해, 여인이 모습은 화면의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당연히 인물이 주제가 되고, 꽃은 부제가 될 터인데 드가는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불균형의 면적비에 비해, 전혀 한쪽에 치우침이 없어 보이는 짜임새는 드가만이 지닌 대담한 구도 설정의 재치일 것이다. 현란한 색채 및 갖가지 크기의 꽃이 한데 어울림이 부분적으로는 산만해 보이지만, 그 산만함이 오히려 여인의 모습과 표정에 시선을 끌게 한다. 또한 인물의 뒷배경을 창문 밖 멀리의 풍경이 내다보이게 함으로써 가득한 화면의 공간감을 확대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피아노 앞의 디오孃

 

손에 붓을 쥐지 않고 어떤 대상을 바라봄과 그 대상을 그리면서 그것을 관조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은 보이는 대로의 것을 붙잡아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들 하였다. 이를테면 그것은 전통적인 화법 즉, 어두운 실내의 조명 아래에서 제작함과 전통적인 관념을 구현하고자 함에서 벗어나, 실제의 대상이 지닌 생동감을 포착키 위해 예민한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상주의 화가들은 순간적인 감흥을 옮기곤 하였는데, 드가 만은 그의 눈에 투영된 현실을 기억 속에 담아 이를 다시 정리하여 표현하곤 하였다. 이 작품은 여인 디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잠시 뒤돌아보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며, 단순화된 면들과 얼굴 쪽에 시선을 이끌기 위해 악보에 높은 명도의 흰색을 채색한 것이 돋보인다.

 

 

 

 

 

파강과 오귀스트 드가의 초상

 

이 작품에서는 참신한 구도를 모색하기 위해 드가가 골몰하던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우선 기타를 가슴에 안은 인물은 파강인데 그의 몸체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면이 아닌 측면향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의 인물은 드가의 아버지 오귀스트이며 그는 파강보다는 작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피아노 위의 악보면이 밝은 흰색으로 채색되어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강과 동등한 비중을 보인다. 또 자유 분방한 거친 붓자국과 명도 조절의 효과 등은 드가가 인상주의적인 빛의 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예의 날카로운 붓자국의 면이 보인다. 이로 인해 여느 작품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고빌라르 모리소 부인의 초상

 

드가는 데상에 대해, '데생과 정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라며 '앵그르의 장점은 조화에만 치중하는 다비드화파에 상반되는 아라베스크식의 형태로 반작용하는데 있었다.'고 한다. 앵그르부터 선묘에 대한 교훈을 얻은 드가는 이 작품에서 숙련된 경쾌한 선묘를 보인다. 침대 위에 비스듬히 팔을 기대 앉은 여인은 인상파의 여류 화가 베르트 모리소의 언니이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도 여인의 피부가 드러나 보이는 부분에만 세밀한 묘사를 보일 뿐, 나머지 부분에는 굵고, 가는 선이나 거친면 등으로 대담하게 화면을 처리하고 있다. 수직과 수평이 교차되는 배경의 면들과 유연한 자태의 인물은 심한 대조를 보인다. 그 강한 대조에 따라 시선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화실에서의 자메 티소

 

1860년대의 드가는 '일본의 우끼요에(浮世畵; 풍속화 판화)'의 영향으로 그의 회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좌우 균형을 이룬 안정감 있는 구도법에 익숙해 있던 드가는,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린 것과 같은 불안정한 느낌의 '우끼요에'의 구도에서 새로운 회화 표현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전통적인 화법에서의 시각위치는 주로 관점자의 눈 높이인데 반해, 드가가 이 작품에서 시도한 구도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는 구도이다. 이로 인해 원근감과 공간감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작품의 윗부분 벽면에 가로로 걸린 것은 일본의 풍속화이며, 이러한 풍속화는 유럽의 많은 화가들이 이국 정서에 이끌려 자신들의 작품 속에 화제로서 끌어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드가도 예외 없이 그것을 이 작품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불쾌한 얼굴

 

지극히 도시적이며 인간적인 주제를 즐겨 택한 드가는 그 자신 스스로가 그러한 분위기 속에 처하기를 갈망하였다. 그러한 갈망은 곧 그의 관심이며, 그것은 회화라는 형식을 빌어 그의 인간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드가가 택한 작품의 소재들은 드가 자신이 그것들을 향수하고 그것에서 미감을 구하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소재도 당시의 여느 사무실에서 빚어진 미묘한 어느 상황에 초점을 둔 듯하며 성장을 한 젊은 여인이 책상에 앉은 남자의 곁에서 실쭉 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배경의 경마하는 장면의 그림은 날쌘 움직임과 밝은 색채로 어둡고 무거워 보이는 화면을 자극하며 두 사람간의 미묘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화면 뒤쪽의 창구와도 같은 것이 보임은 그들이 처한 실내가 은행임을 짐작케하기도 한다.

 

 

 

 

무용 연습장

 

대개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색채에 관한 연구를 거듭함에 비해, 드가는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었다. 이 작품에서도 드가는 특정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그를 강조함보다는 무희들이 무용 연습에 열중하는 장면과 신발을 신거나 무용복을 입고 있는,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 극히 일상적인 한 단면을 취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드가는 그것을 화면 속에 작위적인 짜임새로 집약함보다는 그 일부분만을 표현함으로써 실제감을 더욱 돋우는 효과를 거둔다. 역광이 투사된 실내 연습장에 발과 다리를 일직선이 되도록 곧추세워 준비 자세를 취한 무희를 필두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무희, 계단을 내려오는 무희 등과 다른 동세의 무희들이 그려져 있어 넓은 공간, 그리고 분주한 연습장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로 막대를 잡고 연습하는 무희

 

'우끼요 에'가 드가에게 미친 영향은, 단순하고 정확한 선묘에 의한 날카로운 형태의 파악과 자유 분방한 구도 등이다. 그것은 통념의 범주에서 벗어난 의도적인 설정의 불안정한 구도를 말한다. 그 불안정한 느낌은 오히려 현실의 생생한 느낌을 강조하는데 주효하며, 그로 인해 드가는 그러한 방법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다. 연습장의 벽면에 붙은 횡으로 된 막대를 붙잡고 다리가 90도를 이루도록 앞뒤로 들어올리는 연습을 하는 무희들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도 예의 <압상트>에서 처럼 바닥면과 벽면의 면적 비의 차가 두드러짐과 사선(斜線)으로 기운 동감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중감(重感)때문에 전혀 불안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마루 면의 얼룩이나 물뿜이까지도 넓은 공간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요소가 되고 있다.

 

 

 

 

꽃다발을 든 무희

 

 

 

 

 

무대에서의 발레 연습

 

드가의 발레에 대한 중요한 관심은 넓은 공간에서 약동하는 무희들의 군상(群像)에 있었다. 즉 드가는 발레의 세계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훗일 차츰 무희들의 개별적인 모습 쪽에 관심을 돌리게 된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연습실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의 무대에서 총연습에 임하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드가는 이처럼 난무하는 무희들의 모습을 스냅사진처럼 생생하게 포착한 다음 그의 기억에 남은 인상을 아틀리에에서 제작하곤 했다. 드가의 그 박진함은 그야말로 기억의 세계를 통해 어느 정도 초현실적인 세계로 치닫고 있음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중심의 무희는 발끝을 모아 제자리에 잘게 움직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처음 펜으로 그렸던 것 위에 유화구로써 채색한 것이어서 펜의 흔적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애수

 

이 작품에서 드가는 무엇인가 형언키 어려운 슬픔에 잠긴 듯한 여인상을 그리고 있다. 거침 없이 뻗쳐진 날카로운 선묘를 보이고, 측면광은 안부(顔部)를 흐르게 하여 시선을 쫓고 있으며, 활달한 붓의 움직임과 회화용 칼의 흔적 등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드가의 작품 속에 반영되는 대개의 여인상들에서는 여성다운 가냘픈 면모를 찾을 수 없는데, 이 작품에서만은 고뇌어린, 그리고 고달픔이 담긴 여인의 자태가 보이고 있다. 어떤 깊은 의미가 내포된 듯한 슬픈 표정의 여인을 통해 드가는 그 자신만이 지닌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이 작품 속에 반영하려 했던 점이 엿보인다. 여인의 모습이 화면에 가득한 점과 활달하여 간략한 묘법으로 보아 다른 작품을 위한 습작 정도로 보여지기도 한다.

 

 

 

 

압상트

 

드가는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을 조금도 그자신의 미관 (美觀)에 따라 임의로 변형치 않고 실제의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을 파악하는 그의 관조력이 냉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리의 평범한 카페, 그 내부에 대리석 탁자가 놓이고 무표정하고 초라해 보이는 여자와 다른 곳에 시선을 보내는 남자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다. '우끼요 에'의 영향이 짙은 이 작품은 제작된지 17년이나 지난 1893년에야 발표되었다. 인물의 뒤쪽에 보이는 거울과 탁자의 가장자리 선 등이 사선으로 기움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차지하는 중감(重感)으로 알맞은 균형세를 이루고 있다. 압상트 술 잔을 앞에 놓고 앉은 여인은 창녀이고, 이 두 인물의 모델은 드가의 친구 데브탱과 당시 미모의 여배우인 엘렌 앙드레라고 전해진다.

 

 

 

 

장갑을 낀 여가수

 

187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드가는 카페를 자주 출입하는데,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드가를 평소 존경하던 로트랙 역시 이 집의 단골이 되어 수많은 명작을 남기게 된다. 드가는 카페에서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여가수를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다. 드가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가수 한 사람만을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본 것처럼 크게, 그리고 자세히 몸의 일부만을 그리고 있다. 예의 각광을 받고 열창을 하는 이 여가수는 오른 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있어 배경의 화려한 커튼과 극명한 명도 대비를 이룬다. 가수를 근접한 위치에서 올려다보며 그린 이 작품과 같은 경우는 드가의 작품 중 그리 흔치 않다. 아무튼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가 전혀 상반된 동적이며, 현실감 넘치는 표현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기만 하다.

 

 

 

무대 위의 무희

 

꿈의 날개를 펴 보이는 듯한 이 무희의 자태는 높은 시각에서 포착되고 있다. 커튼 뒤로 가리워진 남자와 무희들은 간략하게 생략된 묘사를 보이며, 주가되는 무희 이외에는 자유 분방한 거치른 필치로 처리하고 있다. 배경의 오른쪽 저 멀리 산과 같이 펼쳐진 무대 장치는 전면의 공간감을 일층 확대시키며 무대 면과의 원근감을 강조해 주고 있다. 각광을 받고 있는 화려한 의상의 무희는 실제의 공연에 있어 주역인 듯하다. 이 작품에 관한 것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이 작품의 소장자였던 귀스타브 카이유 보트는 그가 임종하기 전 유언으로써 그의 소장 작품들을 나라에 기증키를 원하였지만, 그 당시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그것들의 대부분이 거절 당하였으나, 드가의 이 작품만은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무용 수업을 받고 있는 장면

 

빠 드 트르와(세 사람이 함께 추는 춤)를 연습하는 정경을 그린 이 작품 역시 벽과 바닥의 공간 대비가 큰 차를 보인다. 화면의 왼편 상단부에는 세 사람의 무희가 몸의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거나 준비 자세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지도 선생인 듯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의 옆머리는 괴이하리만치 길쭉하게 보인다. 머리를 길게 늘여 뜰인 오른편의 무희는 곧 이어 배우게 될 무용 자세를 홀로 연습하고 있으며, 화면의 전경(前景)에는 어느 부인이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무희의 보호자인 듯한 이 여인의 무관심한 모습이 무용에 열중하는 다른 인물들과는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한다. 가까이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시각 위치에서 포착한 구도가 특이하다.

 

 

 

디에고 마르텔리의 초상

 

드가의 친구 마르텔리를 그린 이 초상화는 널찍한 탁자 위에 화구들이 널리어져 있고, 그 곁의 의자에 걸터앉은 화가 마르텔리가 새로운 착상에 골몰하는지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이 작품에서도 드가는 예의 높은 시점에서 대상을 파악하고 있다. 인물의 상반신은 평범하지만 하반신은 지나칠 정도로 작게 보이며 바닥 면에 널리어진 신발의 바닥 면이 들여다보이는 것 등이 드가가 높은 시점에서 대상을 포착하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인물과 탁자는 수직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그것들의 중감 때문에 전혀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드가는 일반적으로 현실감이 넘치는 등적인 자세에 매우 집착하지만, 초상화에서만은 극히 차분한 정적인 표현을 보이는 것이다.

 

 

 

뒤랑티의 초상

 

드가가 그린 대개의 초상화는 여느 주문에 의하여 그려진 것들이 아니다. 항시 그와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드가 스스로가 그들을 그리고 있으며, 또 그것을 그들에게 선물하곤 하는 것이었다. 이 초상화에서의 주인공도 드가와 같은 시대의 비평가로서 드가 와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뒤랑티는 '새로운 회화'라는 그의 평론을 통해 드가의 작품을 인용,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드가는 그의 미망인의 생계를 돕기 위해 뒤랑티의 유품 경매에 자신의 작품 4점을 내놓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그들의 관계는 매우 절친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서재 속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랑티를 그린 이 작품은, 수많은 책들이 굵은 선과 면으로 어우러져 중심된 인물 쪽에 시선을 모으도록 하고 있으며, 얼굴에는 잘게 분할된 붓자국이 보이기도 한다.

 

 

분장실 속의 무희

 

이미 발레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이모저모를 날카롭게 관찰한 바 있는 드가는 무희들의 생태와 그 이면에 이르기까지도 그의 회화에 관한 독특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마치 무대 뒤의 분장실 근처를 지나치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분장실의 무희를 그린 것이다. 현실의 세계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인상주의 화가들과 동질성을 보이면서도 대상의 범위와 그 파악의 면에서는 전혀 다른 면을 드가는 보이는 것이다. 유난히도 세로가 긴 화면의 3분의 1가량을 출입문으로 하고, 그 나머지 화면만으로 분장실의 정경을 표현함은 명도 대비로써 주제를 강조하려 함이다.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보여지는 분장실은 마치 출입이 금지된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奏樂席의 악사들

 

이미 음악의 세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 여러 음악가들과 교우 관계를 갖고 그들의 모습을 화면 속에 끌어들인 드가는 또 하나의 <주악석의 악사들>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1860년대에 그려진 작품보다 시각 거리가 훨씬 더 가깝게 묘사되어 있다. 많은 수의 악사들 중 세 명의 악사들 등 너머로 무대 위의 무희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보내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특색으로 보이는 점은 고전적인 균형을 이룬 짜임새 있는 구성이 아닌, 현실의 한 단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구도의 설정이다. 이를테면 화면을 가르는 수평의 선분 위, 아래로 각기 무희와 악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점이다. 세 사람의 악사들 중 중간의 악사 머리 부분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악기가 그려져 있어 마치 사람의 귀와 같은 연상을 갖게 하는 것도 흥미롭다.

 

 

 

 

세탁물을 운반하는 두 세탁녀

 

1879년 제 4회 인상주의 전람회에 출품된 이 작품을 두고 어느 비평가는 '멀리서 보면 도미에의 것과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보면 도미에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격찬했다고 한다. 극히 요약된 활달하며 간략한 선묘로써 인물을 묘사한 이외에는 장식적인 어떠한 요소조차도 포함되지 않은 드가의 작품 중 특색있는 작품이다. 두 세탁녀와 바닥면의 짙은 세피아 색을 주조로 한 색과 샛노란 벽면의 색채가 강렬한 명도 및 채도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가 이렇듯이 대담한 공간을 구성함은 새삼스러울 것은 아니지만, 명도 높은 샛노란 색채로써 색의 대비를 이룸은 여태까지의 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바닥과 벽면을 가르는 수평의 면과 두 인물의 높낮이도 수평의 높이를 보이지만, 무거운 듯 세탁물 바구니를 든 구부린 동세가 그러한 경직된 느낌을 완화시켜 준다.

 

 

 

 

잘못된 출발

 

드가는 경주마에서 자기의 본성이나 그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되는, 찾아 보기 힘든 주제를 택하였다. 드가는 뮈 브릿지 대령의 스냅 사진을 빌어, 움직이는 동물의 참모습을 연구한 최초의 화가로 손꼽힌다. 게다가 당시로서는 예술가들이 사진을 외면하고 그것을 이용하기를 엄두도 못 내던 때에, 그것에 관심을 갖고 그의 회화 속에 멋진 사진을 남겨 두었던 것이다. 그의 말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로맨티즘의 화가 제리코에게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출발이 잘못 이루어져 먼저 뛰쳐 나가버린 말과 기수의 힘찬 동세가 어김 없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말의 진행을 억제하려는 기수의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현실감 넘치게 표현되어지고 있다. 그리고 말을 화면의 좌측편에 그려놓음도 말의 운동 방향을 암시하고 동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에 서이다.

 

 

 

 

외교관들이 감상하는 카페의 여인

 

지금까지 정확한 데생에 의한 형태 파악에 중점을 두었던 드가는 인상주의 전람회를 계기로 점차 밝은 색채 표현의 경향을 보인다. 인상주의적인 색채 분할법 자체를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1870년대 말경부터는 색채가 급속히 화려한 국면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속도감 있는 선의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는 재료인 파스텔에 매료된 때문이었다. 소용돌이 모양의 악기와 모자가 가로지르는 양분된 면을 연결시켜 주고 있으며, 예의 각광(foot-light)은 밤 무대의 화려함을 더욱 강하게 한다. 제명(題名)으로 보아 당시 사교계의 귀빈들과 각국의 외교관들이 이 카페에 참석하고 있는 듯하며, 정열적인 몸짓의 가수가 입은 샛 빨간 의상과 객석의 어두운 색조는 극도의 강한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분장실의 무희

 

누구의 도움조차도 없이 스스로 분장을 마친 무희가 두 팔을 올려 머리의 맵시를 가다듬는 순간을 드가는 그리고 있다. 거울 앞에 놓인 가스등의 불빛이 아리따운 무희의 얼굴과 화려한 차림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이는 점은 율동과는 무관한 분장하는 모습에서마저도 무희의 율동적인 발의 움직임, 즉 두 다리를 서로 엇갈리게 놓는다는 점이다. 이는 무희의 연작에서 익숙해진 율동 표현의 습성이 은연 중 그렇게 표현케 되지 않았나 짐작되기도 한다. 분장실 내부의 바닥 면에 널리어진 무질서한 것들이 무희의 아리따운 자태와는 상반되어 이질감(異質感)을 준다. 이는 실제의 분장실이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상호 대비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드가의 의도적인 구성이라고 보여진다.

 

 

 

 

무용 시험

 

파스텔의 유연한 질감과 화려한 색채를 알맞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인물의 특징, 파악의 방법이 자못 날카로움을 보인다. 예의 작품들과는 달리 화면을 가득 메운 무희들이 자신의 발 동작을 살펴보는 모습이거나, 긴 양말을 고쳐 신은 모습이며, 보호자인 듯한 여인이 이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 인체의 동세,그리고 신체의 각 부분의 특징을 강조하여 날카로운 선묘를 구사하고 있다. 사각(斜角)을 이루는 지면의 불안정한 느낌을 보완키 위해 수직으로 곧 추선 인물을 두어 대각(對角)을 이루게 하며, 그 결과 V자 모양의 구도를 이룬다. 시험의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 중인 무희들의 새하얀 의상은 유연한 여체의 탄력을 뒷바침이나 하듯 유난히도 밝게 빛나 보인다.

 

 

 

 

휴식을 취하는 무희들

 

드가는 지금까지 젊은 무희들의 생기 넘치는 발랄한 동세만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고된 일과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지친 모습의 무희도 그리고 있다. 화면의 상단 중간에는 신발을 고쳐 신는 무희를, 그리고 왼편에는 지친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무희를 각기 그리고 있다. 마치 초벌 그림을 그리 듯한 거침없는 파스텔의 흔적이 완연히 드러나 보이며, 인체의 윤곽선들을 유연한 선들로써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다. 붉은 색의 긴의자는 화면의 긴장감을 이끌기 위해 사선으로 가로 놓여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단의 무희가 입은 상의 역시 붉은 색의 복장으로 채색되어 있다. 아마도 드가 만큼 파스텔화에 열중하고 그 재질의 특성을 적절히 구사한 화가는 없으리라 짐작되어지는 것이다.

 

 

 

 

 

가로 막대를 잡고 연습하는 무희

 

드가는 바닥에 중요성을 두는 드문 화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멋진 마루를 자신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때로는 아주 높은 데서 무희를 포착하며 온갖 형태가 마루 면에 투영된다. 마치 해변가에서 게를 내려다보듯 그것은 그에게 새로운 관점과 참신한 구도를 안겨준다. 1876년에 이은 같은 주제의 이 작품은 예의 작품에 비해 무희의 자세, 벽, 의상, 마룻바닥 등 구도보다는 색채 쪽에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각기의 작품마다에서 보이는 색다른 구도의 효과라든가 섬세한 필체가 보이지 않고, 작은 필세로 전체적인 색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색채 또한 사실적인 느낌보다는 단순히 화면 조화에 치우치고, 마룻바닥의 질감 표현도 전과 같은 사실성을 잃고 있음이 보여지는 작품이다.

 

 

 

 

몸치장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도 나체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성스러운 것이면서도 불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나체는 조각상에만 한정되어 있었으며, 때로는 예외의 경우도 보인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여인의 나체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기색을 보이던 사람들도 대리석의 조각에 대하여는 이를 찬미하였다. 이 나상(裸像)은 목욕 후 하녀에게 머리 치장을 맡긴 채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흔히들 드가는 르노와르처럼 여체의 탐욕스러운 느낌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입욕

 

인상주의의 마지막 전람회인 제 8회 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만년의 드가는 무희들의 연작에서처럼 목욕하는 여인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그는 이를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고 있다. 이 작품은 탁자 옆의 둥근 욕조 속에 여인이 구부린 상태로 들어 앉아 몸을 씻고 있는 모습이며, 대리석의 탁자 위엔 화장과 관련된 소도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에서 포착된 이 작품은 여체의 유연한 곡선과 욕조의 둥근 형태와는 상호 조화를 이룬다. 그렇지만 예리한 단면을 보이는 탁자 가장자리의 선과는 극심한 대조를 보인다. 평면으로 전개된 탁자 위에 몇 개의 기물들이 없다면 마치 분리된 별개의 평면처럼 보일 것이다.

 

 

 

무대 뒤의 무희들

 

 

 

 

아침의 入浴

 

 

 

 

 

무대 의상을 입은 무희

 

유화만으로는 표현 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음 인지 드가는 파스텔과 조각 등에도 흥미를 갖게 된다. 그가 그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 재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젊은 시절부터 약화되기 시작하던 그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드가는 그에 굴하지 않고 형태에 대한 그의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촉각으로나마 이를 실현코자 하였던 것이다. 그가 제작한 대부분의 조각은 평소 그가 즐겨 취재한 말과 무희 등인데, 동적인 움직임이나 순간적인 불안정한 자세들을 주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그가 아직 유화, 혹은 파스텔로써 무희의 연작을 제작하던 무렵인 45, 6세경에 제작된 것으로서 유연한 인체나 동세가 청동이라는 둔중한 매질(媒質)로써 충만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출처 : 한국가톨릭문화원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