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꽃 진 겨울 언덕 바람이 불다 갔다
황혼이 쓸린 그 자리 어둠이 짙어오고
박토의 가슴 위에는 흰눈만이 내린다
가슴을 풀 섶에 놓아 이슬방울 받고 싶은
풀무치 울음 타던 계절도 지나고
우리는 무엇에 젖어 이날들을 울 것인가
눈 덮인 겨울 언덕 낙엽이 흩날린다
별빛이 부서진 자리 찬 서리 가득하고
메마른 가슴 위에는 겨울비가 내린다
푸르른날 그리워지는 이 계절 지나가면
꽃 피고 새가 우는 싱그런 하늘 밑에
우리는 풀잎에 젖어 지난날을 노래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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