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무등의 노래 / 고은

윤소천 2013. 11. 20. 10:10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듣거라. 무등이 무등만한 소리로

 쾅,쾅,쾅, 부르짖는도다.

 한밤중 곯아떨어진 흙들아

 그 소리에 깨어나

 거기 묻힌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백골(白骨)도 듣거라.

 

 어느 것 하나인들 우리 포한(抱恨)

 우리 억수(億水) 비바람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너도 나도 비바람으로 몰려가

 밤새도록 우리 동편제(東便制) 무등 함성(喊聲)이 되는도다.

 

 낮의 사람아 나주(羅州) 다시(多侍) 처녀야 보아라.

 한여름 초록 귀 막고 광산(光山) 들판 어디에

 에비 에미도 없는 자식들 떠돌아다니던가.

 구름 조각 하나도 서릿발 같은 기쁨으로 삼키고

 극락강(極樂江) 영산강(榮山江)이 눈을 부비며

 에비 에미의 평생으로 우러러보는도다.

 

 무등이여 날이 날마다 거기 있어

 아침 햇살 삼천장(三千丈) 쓰라린 가슴으로

 우리 함성 차오를 때마다

 무등이여 무등이여 전신(全身) 영겁(永劫)의 무등이여

 

 천년(千年)을 흙으로 짓밟혀도

 우리 자식들 우리 풀잎사귀들 자라나서

 무등 아래 대지(大地)의 만세(萬歲)소리 몰려가는도다.

 무등이여 그대가 우리 덕(德)이거든

 우리 다리 머리 가슴 토막으로 싸우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여 무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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