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적멸에게 / 정호승

윤소천 2014. 1. 27. 18:11

 

 

 

 

 

 새벽별들이 스러진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별들은 스러질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별빛도 없다

 

아지랑이는 봄 하늘 속으로

 

노고지리 한 마리 한 순간 사라지듯

 

삼각파도 끝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

 

수평선 너머로 한 순간 사라지듯

 

내 가난의 적멸이여

 

적멸의 별빛이여

 

영원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라

 

돌아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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