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자작나무 / 도종환

윤소천 2014. 1. 26. 07:26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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