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눈 / 오세영
윤소천
2025. 2. 11. 04:30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갓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
눈은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물 소리
언 마음이 녹은 자만이 사랑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