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1 월 / 오세영

윤소천 2024. 1. 6. 07:12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