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소주병 / 공광규

윤소천 2024. 3. 8. 06:56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앉은

빈소주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