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물위를 걸으며 / 정호승
윤소천
2020. 1. 24. 17:08
물위를 걸으며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 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