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윤소천 2015. 4. 12. 22:34

 

 

 

신기하여라,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숲마다 들마다 고독하게

어느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는 일 없고

모두가 다 외롭기만 하다.

 

아직도 나의 생활이 밝았을 때에

나에게는 세상이 벗들로 넘쳐 있었다.

그러나 안개 짙은 지금은

누구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자기를 모든 것으로부터

피할 길 없이, 가만히 떼어 놓는

어두움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 혜안은 아니다.

 

신기하여라,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인생이란 고독한 것.

아무도 남을 모른다.

모두가 다 고독하기만 하다.